헬스케어 산업 뒤흔들 AI [경영칼럼]

출처: 배인앤드컴퍼니

[매경이코노미=윤성원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헬스케어 산업은 복잡다단한 환자의 상황을 다뤄야 한다. 이런 특성상 인간의 손과 뇌가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한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여겨졌다. 일부 바이오 스타트업이 과거 몇 년간 제약 등의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사례가 있었으나, 큰 그림에서 보면 AI가 알고리즘을 훈련할 데이터가 부족했기에 그 활용 범위 역시 한계점이 뚜렷했다.

그러나 지난해 급부상한 생성형 AI는 바이오, 제약 등 헬스케어 업계 전방위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생성형 AI가 문서를 생성하고, 요약하고, 번역하는 기능과 더불어 ‘스스로 합리적인 추론과 계획을 세우는 능력’을 입증하며, AI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한층 더 넓어진 덕분이다.

특히 제약 부문에서 AI가 신약 개발 기간을 한층 단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약 개발은 보통 후보물질 탐색부터 인체 임상까지 평균 10년이 소요된다. 후보물질 탐색은 신약 개발의 첫걸음이다. 얼마나 빠르게 찾는지가 빠른 신약 개발의 관건이다. 몇몇 바이오 스타트업이 신약 개발에서 AI를 활용하고 있었는데, 생성형 AI는 신약 개발의 기본 요소인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 AI 스스로 후보물질을 생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병원 등 진료기관의 일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진료기관이 환자의 방문 기록과 보험금 청구 등 각종 서류를 처리하는 데 막대한 행정 비용이 발생한다. 방대한 자료를 정리할 능력을 가진 생성형 AI는 행정 업무 자동화로 진료기관의 고질적인 격무(激務)를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계는 AI가 어려운 의학 용어를 쉽게 풀어내고, 영상 판독을 보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보험사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환자의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소요되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테크 업계와의 합종연횡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은 바이오 업계에서 파트너를 찾아 임상시험부터, 진료 행정 자동화, 암 발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또 다른 혁신에 도전하려는 분위기다.

의료기기 제조업체 필립스는 아마존 웹서비스를 활용해 이미지 프로세싱과 방사선 관련 업무 과정을 개선하려 한다. 베인 조사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 업계 상위 20개사가 생성형 AI를 언급한 대외 발표 건수는 2022년 말 2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40건을 넘을 정도로 관심이 커졌다.

지난해 금리 인상으로 투자 업계 분위기가 얼어붙은 와중에도 관련 투자는 활발했다. 스타트업 투자의 선두 주자인 안데르센호로비츠부터, 블랙록, 피델리티, 엘리엇 등 대형 간판 투자자들이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생성형 AI 활용 범위는 헬스케어 업계의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콜센터, 서류 요약 등 저숙련 행정 업무뿐 아니라, 일부 기존의 고난도 과제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